한 해 동안 쓴 결과물입니다. 전부 공개된 글이고 정리된 구글문서도 특별한 일이 없다면 계속 열어 둘 예정이니 결제는 혹시나 닫히더라도 포스타입 > 보관함 > 구매 란에서 두고두고 보고 싶으신 분이나 넘치는 재력을 주체할 수 없으신 분이나 제게 바나나우유 및 기타 상품을 위한 자금을 대 주길 원하시는 분만 하시면 됩니다. 미리 감사합니다. 떨어지...
결론부터 말하겠다. 지구는 앞으로 사흘이 지나지 않아 폭파된다. 이것은 전적으로 나의 책임이며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미안하다. 이런 사과가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얄팍한 말밖에 없다. 당신들이 할 수 있는 것 또한 별로 다르지 않고 말이지. 그럼 이제 갑작스러운 멸망을 맞이...
꿈이 있었다. 그의 꿈이었다. 테두리 없는 흐릿한 공간. 가장자리에서부터 안쪽으로 정립되지 않은 관념들이 끊임없이 짜맞춰지는 동시에 쉼 없이 무너진다. 영원한 미완성의 소나타. 형체가 뚜렷하지 못한 어렴풋한 흰색 가운데 그는 그저 존재한다. 눈은 뜨지 않는다. 눈을 뜨고 싶지 않다. 애초에 뜰 수 있는 눈은 없었다. 정신은 나른할 따름이다. 당장이라도 잠들...
마른 바람에 실려 평원을 휩쓰는 들불처럼 삽시간에 죽음이 불어닥쳤다. 살이 찢기는 소리도, 뼈가 부서지는 소리도, 하물며 그 흔하디 흔한 비명조차 하나 없이. 두려울 정도로 부재하는 소음 가운데 무수한 생이 산화하고, 곧이어 한때 살아 움직이는 존재였다는 것이 도저히 연상되지 않는 잔해들만이 무의미하게 바닥에 흩뿌려진다. 이어 광활한 공간 속 삶이 빠져나가...
행성은 황량했다. 끝없이 펼쳐진 잿빛 먼지들의 평원 위로는 언제나 거센 바람이 불어닥쳤다. 고운 모래 입자가 그 흐름에 섞여들어 흑백의 극광처럼 날렸다. 탁한 대기와의 구분이 흐릿한 지면은 가시광선과 적외선 파장에서도 꼭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인 마냥 보였다. 자전주기가 거의 몇 년에 달하는 이 죽은 땅에서 향후 몇 달 동안 끊이지 않고 계속될 황혼이 수평...
익숙한 실루엣이 시야에 들어왔다. 특유의 길고 붉은 코트를 걸쳤는데도 기장이 남아도는 길쭉한 몸과 누구라도 단번에 기억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갈색 곱슬머리. 그 강렬한 인상 또한 그가 헤픈 언행에도 불구하고 우주의 거상으로 돋움할 수 있었던 과정에 한몫 기여했겠으리라. 사카모토 타츠마가 뱃전에 서 있었다. 무츠는 저 바보가 웬일로 배 위에서 꼿꼿이 서 있는...
1. Zeta76 언약된 파멸과 예정된 멸망. 무기질적 초침 소리가 끝없이 늘어진다. 암흑이다. 분명 앞을 분간할 수 있을 정도의 희미한 불빛이 아직 잔존하여 시야를 분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자아가 그것을 틈새 없이 완전하게 암흑이라 인지한다. 잔물결과 같은 빛은 그저 의미 없는 희망이자 절망의 확대경일 뿐이다. 밀도를 가지고 넘실...
BGM : 사실 내용하고 별로 관계는 없는데 들어주세요 이럴 때 아니면 내가 언제 영업을 하겠어... 퀴리오스 연구소 소속 실험체, 라이헨바흐는 이따금 생각했다. 胡蝶之夢 알파라이 오리지널 서사 기반 ∙ 사망소재 죽음은 절대적이다. 필멸의 운명을 타고난 그는 명석하며 이지적이라, 그 자명한 사실을 다분히 이해하고 있다. 자신이 내뱉는 숨이 언젠가 끝나며, ...
삶은 흔적이다. 예컨대 나뭇가지에 머뭇대다 땅으로 침전하는 낙엽이나, 계절의 틈새 푸른 하늘에서 울리는 설익은 겨울내 혹은 엊저녁 옷자락으로 들었던 새소리. 그러므로 우리가 잊은 모든 아름다운 찰나들 흔적 없는 것들 기록되지 못할 모든 순간들이여 그들은 죽었다. 백골이 어떤 찬란함을 보았는가 우리는 모른다 영영 모른다 그 애처로운 무지에 대하여 삶이란 발자...
'…이하 강하진 영주대행 외 무장공방, 회로공방, 연금공방, 그리고 각 성좌 거묵, 성좌 묵시자 외 무신론적 성기사단을 비롯한 사냥꾼 809인…….' 낯이 익은 이름들의 발음이 닿아오는 방식이 낯설다. 그 찌르는 듯한 낯섦에 그는 소매를 펄럭이며 일어났다. 언젠가부터 멍하니 벌리고 있던 입술 새에 문득 바람이 스치는 감각이 생경했다. 돌이키자니 목 밖으로 ...
불협화의 기계적 선율이 음울한 대기를 맴돈다 이것은 광자의 비명인가 망자의 메아리인가 알 수 없는 음색에 맞추어 안개 속을 빙글빙글 한순간 사뿐 뛰어오른다 원무를 추자 광장에 모여 둥글게 춤추자 세상의 모든 절망을 공포를 슬픔을 그리하여 삶을 그려낼 수 있도록 이것은 망상의 詩 짙뿌연 안개 속에서 저마다의 작동법으로 기괴하니 비틀리고 있는 낡은 태엽장치들의...
2020년 8월 21일, 평범한 늦여름의 금요일 오후였다. 5시 반 경, 유리를 쪼갤 수 있을 듯 강렬하던 햇살은 사그라들어 따스한 금빛으로만 잔존하고 있었고, 이따금 부는 바람은 퍽 선선하여 가을의 도래를 예고하는 동시에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오후. 바쁜 일이 전부 끝나고 조금 늘어져 쉬어도 되는 시간. 재앙의 이름을 가진 사내가 어떤 이의 폭포와 같은 ...
1차 자캐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소장본, 굿즈 등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정기 후원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설정한 기간의 데이터를 파일로 다운로드합니다. 보고서 파일 생성에는 최대 3분이 소요됩니다.
포인트 자동 충전을 해지합니다. 해지하지 않고도 ‘자동 충전 설정 변경하기' 버튼을 눌러 포인트 자동 충전 설정을 변경할 수 있어요. 설정을 변경하고 편리한 자동 충전을 계속 이용해보세요.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